美관계자, 스톡홀름 협상 상황 전해 “北 외무성국장 협상 시작할때 김명길 앞에 녹음기 올려놔”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수석대표로 처음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임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보다 더 협상권한이 없다고 미국 대표단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는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협상을 시작할 때 김명길 수석대표 앞에 녹음기를 올려놨다”고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협상 내용을 녹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북-미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날 북한이 처음으로 녹음기를 외부로 꺼냈다”며 “우리(미국) 이야기보다 김명길 대표의 말을 녹음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김 대표가 전임(김혁철)보다 더 협상권한(mandate)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주로 설명하고 북한이 듣는 양상이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사항 관련 선택지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면 김명길이 마지막에 준비된 입장을 밝히는 식이었다는 것. 이는 김명길이 실무협상 결렬 후 읽은 입장문 내용과도 유사해 미국 입장을 듣고 발언했다기보다는, 사전에 정리된 평양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미국 대표단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