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시정연설] 文 “검찰개혁 시급하다는 데 국민의 뜻 하나로 수렴돼 잘못된 수사관행 바로잡아야”… 33분 연설 중 ‘공정’ 27차례 언급 총선앞 대대적 개혁 드라이브 시사… ‘조국 사태’ 의식 “저부터 성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손으로 ‘×(가위표)’를 만들어 보이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위한 개혁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최대한 빨리 서두르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날까지 네 차례의 시정연설을 했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의 빠른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여당의 ‘공수처법 드라이브’에 확실한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文 “국민의 뜻은 시급한 검찰 개혁”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찬반과 상관없이 민심이 바라는 것은 검찰 개혁이라고 문 대통령은 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을 언급한 것은 5월 사회 원로와의 오찬 이후 5개월여 만이다.
○ ‘공정’ 27차례 언급한 文, “스스로 성찰하겠다”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이날 ‘공정’을 27차례 언급했다. 정권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공정’이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으로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공정을 기치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정’과 관련해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며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했던 진보 진영 지지층에 조 전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