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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한 이 총리는 22일 저녁 일왕 내외 초청 궁정 연회가 끝난 뒤 도쿄의 한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경이 온통 아베 총리 면담에 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나 일한의원연맹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른 의미에서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향해서 던지고 싶은 것이 있었다”며 “인간의 마음에는 미움도 있을 수 있지만 착한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어딘가에 살아있다 믿는다. 감사의 마음, 한국과의 인연을 일깨우는 마음에는 고(故) 이수현씨 일정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구체적인 얘기는 안 나올 것이다. 자료를 준비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먼저 각론을 얘기할 생각은 없고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제안의 맹점, 한국에서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서 무슨 합의가 되거나 나갈 수는 없는 것이고. ‘대화를 조금 세게하자’ 이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궁정 연회에서 이 총리와 만나 “모레(24일) 만납시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에 이 총리는 “잘 부탁한다”고 답했다.
이낙연 총리가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고인을 기리고 있다. 뉴스1
이 총리는 최근 일본 언론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경제산업성 장관도 반대했다’는 보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 내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하기 전 일본 기업들과 접촉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참여할 뜻이 있는지를 타진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서울에서 일본 기업을 만난 게 아니라 일본 기업인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길에 만나자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회장과 독대한 것을 예로 들며 “한일경제인회의인가 경제위원회의가 있어서 저를 불렀는데 행사에 가면 의례적인 이야기만 하니까 거길 가는 대신 지도자를 모셔서 식사를 한 것이다. 더 알맹이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씨의 사고 현장에서 한 일본 기자에게 ‘겨냥한 게 뭐냐’는 질문을 듣고 ”오고 싶어 왔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본어로 한마디 해달래서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했더니 ‘아 그렇게 말고’라고 하더라”라며 “‘지일파다’ 뭔가 이렇게 만들려고 하는 거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언론사 재직 시절 일본 특파원을 지내기도 한 이 총리는 일본어에 매우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왕 즉위식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묻길래 ‘일본의 전통과 문화,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일본에 가면 선술집을 방문해 일반 국민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바쁜 일정으로 무산됐다. 그는 “일본 보통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런 관점으로 일정을 꿈꿨지만 오늘 궁정 연회, 내일 아베 총리 주최 만찬 등으로 조율이 안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을 지난해에 이어 이날 궁정연회에서도 만나 “‘다시 뵙게 돼서 기쁩니다’라고 말했다”며 “일본은 그런 인연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3월 왕세자 신분이던 나루히토 일왕과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개막식을 계기로 만난 바 있다.
(도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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