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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맞춤서비스 비결은… 14년 모은 고객정보 빅데이터

입력 | 2019-10-24 03:00:00

갤러리아, 취향-기념일 등 정보 인공지능과 결합시켜 영업 활용
고객이 뭘 원하는지 미리 알고 대응
기업들 빅데이터 분석 갈수록 확산… 지난해 글로벌 시장 606억 달러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9 SAS 애널리틱스 익스피리언스’ 컨퍼런스에서 짐 굿나잇 SAS 창업자 겸 회장(CEO)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AS 제공

갤러리아 백화점의 핵심 고객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어떤 고객이 “사이즈를 2인치 줄여 달라”고 할지, 어떤 고객이 “시곗줄을 색깔별로 모두 보고 싶다”고 할지 미리 알고 있다. 개인별 취향, 쇼핑 습관뿐 아니라 기념일, 선호 브랜드, 이전 민원 제기 이력까지 고객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갤러리아가 2005년부터 쌓아놓은 주요 고객 빅데이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갤러리아는 올해 4월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SAS와 핵심 고객의 14년 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고객 서비스에 활용하는 ‘마인드 인사이트’ 솔루션을 개발했다.


○ 갤러리아, 빅데이터로 고객의 마음을 읽다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SAS의 연례 콘퍼런스 ‘SAS 애널리틱스 익스피리언스 2019’에서 한국 기업 사례 발표자로 나선 정재성 한화갤러리아 고객전략팀 과장은 “갤러리아 백화점 직원들은 이제 고객이 방문하면 그분의 이전 취향이 어땠는지 직원 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음 주, 다음 달에 기념일이 있는 고객 리스트를 뽑아 대비할 수도 있다”며 “구매력이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백화점업계에서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2016년 488억9200만 달러(약 57조 원)였던 빅데이터 분석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6억5900만 달러로 24% 성장했다. SAS는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SAP, IBM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지만 특화 시장인 고급 분석·예측 시장에선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짐 굿나이트 SAS 창업자 겸 회장(CEO)은 “자율주행, 얼굴 인식, 음성과 텍스트 분석 등 우리 주변 곳곳에 이미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적용되고 있다”며 “각 기업도 여기저기 쌓아두고만 있는 데이터를 경영에 적용한다면 100배 이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전환 속도 빠르지만 중장기 시야 가져야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사례 외에 이탈리아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UBI, 뉴질랜드 국세청, 터키 항공사 페가수스에어라인 등 글로벌 기업 및 정부 기관의 AI 분석 적용 현황 및 성과도 소개됐다. 올해 3월 SAS와 함께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을 치렀던 유세프 알하마디 스페셜올림픽 사무국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사례 발표에서 “선수들의 컨디션부터 올림픽 관련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도 커지고 있다. SAS코리아는 포스코, 롯데마트,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기관, 대학을 포함해 500여 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실제로 NH농협의 경우 기업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 이탈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관리하고 있다.

구방본 SAS코리아 이사는 “한국 기업들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열려 있고 도입 속도도 빠른 편이다”며 “다만 단기 성과에 집착하거나 경쟁사가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기존 데이터의 정량화와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 확대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중장기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