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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10년중단 사업 재개 준비중인데…”

입력 | 2019-10-24 03:00:00

[김정은 “금강산 南시설 철거”]
현대아산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할 것”
김정은 ‘합의’ 표현에 “대화 여지”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준비해 온 현대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그룹 계열사로 남북경협 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이날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은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만큼 상황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관련 보고만 받고 있다.

현대아산은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언급하면서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통일부나 북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것은 없지만 ‘합의’라는 단어를 쓴 만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에 관광 재개를 위한 사실상의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현대아산은 2000년 북측과 합의해 30년간 전력과 통신, 철도,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7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권리를, 50년간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토지 이용권과 관광 및 개발사업권도 얻었다. 현대그룹은 사업권에 대한 대가로 5억 달러(약 5850억 원)를 지불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1년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만들면서 ‘한국은 물론 제3국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 해외동포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박탈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대그룹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사업이 재개되길 10년 넘게 기다려 왔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자 그로부터 한 달 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지난해 11월엔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을 금강산에서 열었다. 현대아산은 3월에는 금강산과 개성공단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약 414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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