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은 오르고 지방은 떨어지고 국지적 ‘인플레-디플레’ 동시에 나타나 우리 경제의 돈 흐름 이상 신호 뚜렷 편 가르기와 ‘소주성’ 정책 후유증 심각 미래세대 일자리 책임질 주체 보이지 않아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최근 서울 강남의 A급 주거용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 축소와 자사고 폐지로 인한 8학군 부활을 점치며 특정 지역 부동산이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히 ‘국지적 인플레’ 현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울산과 경남 창원을 보면 자동차산업과 원전산업의 부진과 함께 경기가 침체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지적 디플레’라 부를 만한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경제 내에 지역과 산업에 따라 국지적 인플레와 국지적 디플레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9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0.4%를 기록했지만 일본형 디플레는 아니라고 정부는 강변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지적 인플레의 영향력이 클지, 지방에서 시작된 국지적 디플레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경기는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최저임금 2년간 누적 30% 인상이라는 초강수정책을 시행했다. 장사가 안되는데 월급을 올려주라고 정부가 강제명령을 내린 것이다. 결국 가장 취약한 자영업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은 제자리고 한일 갈등도 앞이 안 보이는 가운데 세계 경기마저 꺾이고 있다. 작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3.7%, 한국은 2.7%로 전망했다. 1년이 지난 올해 10월, 이 숫자는 3.0%와 2.0%로 수정 발표되었다. 우리의 경우 올해 성장률 2%가 깨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돈을 풀어도 기업 투자 같은 생산적 분야로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이 6% 성장률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반전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기는 반등 시점을 찾지 못한 채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이고 하락 국면이 길어질수록 하락의 깊이는 깊어지고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빌딩 1층에 이렇게 많은 ‘임대문의’ 광고가 붙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탄하던 한 기업인이 떠오른다. 일부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과 주 52시간 근무를 즐기는 가운데 인건비 인상으로 힘들어하는 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고 있다. 입사를 위해 줄을 선 젊은 인력들은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긴 줄에 서서 불안한 미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노동의 편에 서 있다며 자본을 무시하고 이분법적 편 가르기를 하는 정부가 ‘소주성’ 같은 족보 없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한국 경제는 더욱 힘들어졌다. 국내로 들어오는 자본보다 해외로 나가는 자본이 점점 더 많아지는 ‘코리아 엑소더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책임질 주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 경제 내에 국지적 인플레와 국지적 디플레가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서 늘어난 돈의 흐름이 불확실한 가운데 금리 인하를 결정한 한은의 모습을 보며 ‘고육지책’이란 단어가 불현듯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