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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시는 부모님 감사의 마음 담아 ‘손 하트’ 세리머니”

입력 | 2019-10-24 03:00:00

유럽서 121골 손흥민 “가족의 힘”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아버지, 아들에게 혹독하게 기본기 강조
지금도 영국 가면 함께 훈련해
‘차붐’도 “독일서 성공은 아내 덕”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보여주는 하트 세리머니(오른쪽 사진). 23일 유럽 통산 121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경기 뒤 “부모님이 아들 하나 때문에 영국에 와서 고생하신다. 골을 넣었을 때라도 부모님께 감사의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트 세리머니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 씨(왼쪽 사진 앞쪽)의 엄격한 지도가 있어 가능했다. 동아일보DB·AP 자료 사진

‘가족이 있기에….’

23일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66)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손흥민(27·토트넘)은 성공하기까지의 스토리도 차 전 감독과 닮은 부분이 많다. 차 전 감독이 아내 오은미 씨(64)의 철저한 내조 덕에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됐다면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 씨(56)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시대가 다르고 아버지와 아내로 역할도 다르지만 손흥민과 차 전 감독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믿음 속에 운동에 전념했고 그 결과 ‘축구의 엘도라도’ 유럽을 평정했다.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는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손 씨는 자신 같은 선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을 철두철미하게 가르쳤다. 1989년 프로축구 일화 소속으로 경기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이듬해 은퇴한 손 씨는 선수로서의 자신에 대해 “빠르기만 했지 기술이 너무 부족했다. 창피할 정도였다”며 “나 같은 선수로 안 만들려고 흥민이에게 기본기 연습을 죽도록 시켰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터뜨리는 골도 어릴 때부터 하루에 수백 번씩 한 슈팅 훈련의 결과다. 페널티 지역은 물론이고 외곽의 중앙과 좌우 등에서 오른발과 왼발로 각각 100회 이상 슈팅을 날렸다. 기본기를 포함한 훈련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이어졌다.

손 씨는 “좋은 기술은 안정적인 기본기에서 나온다. 어릴 때는 기본기를 쌓고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배울 때”라고 강조했다. 손 씨는 아들에게 늘 “남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로 앞설 수 없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연습뿐. 이 때문에 손흥민은 지금도 기본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현지에 있을 땐 훈련도 함께 한다.

손흥민은 ‘유럽무대 121골’을 달성한 뒤 자신의 하트 세리머니의 의미를 취재진이 묻자 “나 하나 때문에 항상 부모님이 여기까지 오셔서 고생하신다. 골을 넣었을 때라도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표현을 전하고 싶어 이런 세리머니를 한다”고 말했다.

‘차붐’ 차 전 감독도 자신의 축구 인생에 대해 얘기할 때면 늘 “아내가 고생했다”고 말한다. 그가 군대까지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을 때는 이미 한국 나이로 27세였다. 당시 웬만한 선수들은 은퇴할 나이였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덩치 큰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기엔 버거웠다. 아내 오 씨는 먹는 것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독일 현지 한국교포나 한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가급적 만나지 않게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오해도 생겼지만 차 전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독일에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더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회고하곤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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