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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박건우… 9회말 야구의 神은 또 두산

입력 | 2019-10-24 03:00:00

키움과 2차전도 극적인 끝내기
초반 2점 내준 뒤 오재일 동점포
6회 3점 허용해 패색 짙었지만 8회 김혜성 실책 틈타 1점 만회
9회 오주원-한현희 공략해 환호




두산 박건우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1사 2루 5-5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베이스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두산은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끝내기로 이겼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영웅군단의 ‘큰 무대 울렁증’이 2경기 연속 이어졌다. 9회초까지 2점 차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던 키움은 또 9회말을 못 넘겼다. 이틀 연속 뼈아픈 끝내기 패배다.

두산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6-5로 역전승했다. 안방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두산은 우승 확률을 ‘88.9%’까지 끌어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고척으로 향하게 됐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에서 2연승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18회 중 16회에 이른다. 이 중 7번은 4전승 우승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전날 패배를 만회하려는 키움의 의욕이 대단해 보였다. 1회초 선두타자 서건창이 볼넷으로 출루한 키움은 2번 샌즈의 안타에 이은 이정후의 희생타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2회초에도 선두타자 송성문이 3루타를 친 뒤 김혜성이 좌익수 쪽으로 희생플라이를 날려 추가점을 뽑았다. 두산이 4회말 전날 끝내기 결승타를 친 오재일이 2점 홈런을 때려 동점을 만들었지만 키움은 6회초 3점을 뽑으며 다시 달아났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두산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저력의 팀이었다. 6회초 1사 후 불펜을 가동한 두산은 끈질기게 경기를 뒤집을 순간을 노렸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키움 2루수 김혜성의 실책으로 1점을 따라붙은 두산은 기세를 살려 약속의 9회를 완성했다.

9회말 선두타자 허경민의 안타를 시작으로 3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1점을 더 따라붙은 두산은 무사 1, 3루에서 대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키움 한현희의 폭투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해결사로 나선 선수는 톱타자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한현희를 상대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양 팀 외국인 에이스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1차전과 달리 이날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영건’들이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로 뛰며 17승(다승 공동 2위) 4패에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해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우완 이영하(22)와 든든한 4선발로 키움 마운드의 미래를 밝힌 좌완 이승호(20·8승 5패, 평균자책점 4.48)가 맞대결을 벌였다. 이영하는 5와 3분의 1이닝 5실점으로 체면을 구겼고, 똑같이 5와 3분의 1이닝 투구를 한 이승호는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까지 철벽에 가까웠던 키움 불펜은 이틀 연속 허무하게 승리를 날려버렸다.

3∼5차전은 키움의 안방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25일부터 3연전으로 치러진다. 키움은 그동안 아껴온 ‘1선발’ 브리검을, 두산도 올 시즌 키움에 강했던(3경기 평균자책점 2.60) 후랭코프를 각각 3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고척 3~5차전 더욱 자신감”

▽김태형 두산 감독=이틀 연속 극적으로 이겨서 너무 좋다. 안방 두 경기를 다 승리하고 방문경기를 가는데 좋은 기운이 우리 쪽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고척에 가서는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끝내기 친 박건우가 그동안 타이밍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성적이 안 좋았다. 자신 있게 치라고 말해줬다. 오늘 자신감을 얻어서 앞으로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투수 교체 조금씩 늦고 빨라”

▽장정석 키움 감독=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쳐서 아쉽다. 조금씩 늦고 빨랐던 투수 교체가 잘못된 것 같다. 오주원이 그동안 잘해 와 고민 없이 9회에 올렸는데 상황이 안 좋았다. 이후 한현희를 올린 것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조상우의 구위가 좋지만 마무리로 활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수비 실수는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루 쉬면서 잘 준비해 3차전 잘해 보겠다.

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