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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홍콩 행정장관 또 경질설… 중도하차 위기

입력 | 2019-10-24 03:00:00

FT “반중시위 대처 미흡 이유” 中 “정치적 의도 있는 헛소문”
‘범죄인 인도 반대’ 시위 촉발한 대만서 여자친구 살해 20대 출소




중국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최 이전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62·사진)을 경질할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6월 9일부터 4개월이 넘게 지속되는 반중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는 2017년 7월 여성 최초로 5년 임기의 행정장관에 올랐지만 2년 만에 중도 하차 위기에 직면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교체설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헛소문”이라고 반박했다.

FT는 후임으로 노먼 찬 전 금융관리국장(65)과 헨리 탕 전 재무장관(67)을 거론했다. ‘경제통’인 찬 전 국장은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도입해 홍콩의 금융허브 위치를 굳건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탕 전 장관은 직물재벌 상속자로 장관 재직 시 와인 수입세를 철폐해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이번 반중 시위를 촉발시킨 찬퉁카이(20)가 이날 홍콩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대만 타이베이로 여행을 간 찬은 현지에서 치정 문제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아 그를 대만으로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홍콩 당국이 대만, 중국 본토, 마카오 등과 범죄인 인도조약(송환법) 체결을 추진하자 시민들은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찬은 홍콩에서는 절도 및 돈세탁 혐의로 29개월의 징역형만 선고받았다. 모범수로 뽑혀 18개월만 복역하고 이날 출소했다. 대만 정부는 “찬을 데려가겠다”고 밝혔지만 홍콩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줄곧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며 중국 및 홍콩 당국과 대립해 온 반중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3일 “홍콩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찬의 소환을 촉구했다. 이날 홍콩의 국회 격인 입법회는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람 장관은 이미 9월 철폐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는 여전히 행정장관 직선제 등 자치권을 요구하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