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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돌발 발언, 美국방부도 사전에 몰랐다”

입력 | 2019-10-24 16:33:00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사상 첫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내놓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발언을 당시 미국 국방부가 사전 논의 없이 무방비 상태로 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훈련 관련 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매티스 전 장관의 연설문 작성 담당자였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29일 공개할 예정인 회고록을 인용해 “매티스 전 장관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과 만난 사적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더 강해지리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저 없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스노드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매티스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사임하기 반년쯤 전부터 이미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하고 있었다”며 주요 정책 결정에서 매티스 전 장관이 따돌림을 당한 대표적 사례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발언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엄청난 돈이 드는 전쟁 게임(war game)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후 미국 국방부는 “매티스 장관과 사전 논의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스노드그래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국방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철저히 소외돼 있던 셈이다.

스노드그래스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나서 한 주 뒤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을 창설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매티스 전 장관은 나중에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매티스 전 장관이 주관한 회의에서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여러 차례 매티스 전 장관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스노드그래스는 “말이 끊기면 매티스는 아무 항변 없이 그냥 발언을 중단했다. 나는 그들의 무례함에 충격받았다”며 “행정부 안에서의 세력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부 수장으로 임명됐지만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대하다가 사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스노드그래스는 “매티스 전 장관이 지난해 여름 켈리 당시 비서실장에게 ‘연말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티스는 나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