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쿠르드 살렸다” 자화자찬… 민주당 “터키 휴전은 위험한 망상” CNN “푸틴의 꿈이 이루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시리아 북동부 접경 지역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겠다고 우리 행정부에 알려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경지역 불안이 계속되고 터키가 언제 다시 공격을 재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열흘도 안 돼 제재를 해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재앙적이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값비싼 군사 개입을 피했다는 점”이라며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결정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군의 임무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국가적 핵심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이 있고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랜 시간 피로 얼룩진 모래에서 다른 나라들이 싸우게 하라”고도 말했다. 이어 이번 터키의 휴전 결정이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쿠르드족 수만 명의 목숨을 살릴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CNN은 이번 사태를 놓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꿈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초대로 러시아군이 나토 남부 국경에서 수백 km 떨어진 인근에 공동 순찰 방식으로 무제한 접근하게 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희망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21일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 700여 명을 이라크에 배치한 뒤 IS 소탕 작전 등에 투입하려 했지만, 이라크 정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시리아 철수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자 알샴마리 이라크 국방장관은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넘어온 미군이 4주 안에 미국, 쿠웨이트, 카타르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