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발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115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특히 2015년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와 구별이 어려운 쥴(JUUL)이 출시되면서 부모나 교사의 감시를 피하려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폐질환 사망자가 33명,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으로 집계됐는데 79%가 35세 미만이었다(10월 15일 기준). 18세 미만만 보면 15%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청소년이 많이 피우기 때문인지, 어린 폐에 더 위험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독성물질로는 대마 유래 성분(THC)과 이를 기화시키는 데 필요한 비타민E 아세테이트, 그리고 계피 버터 바나나맛 등 가향물질이 의심받고 있다. 먹으면 안전한 가향물질도 흡입하면 초미세입자로 폐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를 7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망 사례가 적은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흡연이 장기적으로 누적돼 폐질환을 일으키는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짧은 기간 사용으로도 폐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아무리 담배가 그 외형을 이리저리 바꾸어 봐도 해롭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심리적으로 담배의 효용이 있을지 모르나 건강에는 백해무익한 것이 분명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