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범 맨손 제압 정규철씨 “신고해 달라는 알바직원 비명에 흉기 뺏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반사적으로 달려가 범인과 몸싸움… 다시 그순간 돌아가도 같은 선택” 관악경찰서 ‘시민경찰’ 표창 수여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규철 씨(27·사진)는 이틀 전의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정 씨는 22일 오전 7시 반경 관악구 봉천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A 씨(39)를 제압해 피해를 막았다. 정 씨는 “(A 씨는) 185cm가 넘는 큰 키였지만 빨리 칼을 빼앗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앞서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고 말했다. 정 씨의 키는 170cm가 조금 넘는다.
“계산대 쪽에서 ‘신고해 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세 차례 들렸어요.” 계산대 쪽을 보니 PC방 직원 B 씨(23)가 흉기를 든 A 씨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약 7시간 반 전에 쿠폰 환불 문제로 B 씨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B 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데 앙심을 품고 PC방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당시 PC방에는 정 씨를 포함해 손님 3명이 있었다.
정 씨는 “PC방 직원분이 나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얘기했다”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경찰서는 정 씨에게 ‘우리 동네 시민경찰’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경찰을 대신해 의로운 일을 실천한 시민영웅에게 주는 표창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