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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힘은 쌍방향 읽기… 독자와 두뇌게임 즐거워”

입력 | 2019-10-25 03:00:00

‘노르딕 스릴러’ 대부 요 네스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서 관객몰이
“글쓰기도 좋지만 음악도 사랑해… 잠들기 전 기타연주는 인생 선물”



요 네스뵈(오른쪽)는 제3세계 어린이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지원하는 ‘해리 홀레 재단’을 운영한다. 최근 그는 사후 전 재산을 이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제공


옮기는 걸음마다 구름 떼 같은 인파가 몰렸다. 20일 막을 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인 노르웨이의 숱한 스타 작가들 중에서도 단연 화려한 팬덤을 자랑한 이가 있다. ‘노르딕 스릴러’의 대부 요 네스뵈(59)다. 그는 도서전에서 16, 17일 두 차례 독자와 만났다.

“미국 심리학자의 책을 보다가 ‘나이프’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총과 달리 가까이 다가가야 공격이 가능한 칼을 쓰면 살인이 더 어려워진다는 내용이었죠. 이번 책 ‘나이프’에서 해리에게 부족한 친밀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다. 노르웨이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장으로 일한 해리 홀레가 주인공. 1997년 ‘박쥐’를 시작으로 최근작 ‘나이프’까지 12권을 펴냈다. 국내에는 10권 ‘폴리스’까지 나왔다. 11권 ‘목마름’은 2020년, 12권 ‘나이프’는 2021년에 독자와 만난다.

팬들은 그의 소설을 두고 “트릭이 다 한다”고들 한다. “IQ 200도 네스뵈는 못 이긴다”는 말도 나온다. 이 방향이다 싶어서 사건을 추리하다 보면 어김없이 허를 찔린다.

“트릭 설계를 즐기고 그걸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스릴러의 힘은 쌍방향 읽기입니다. 독자와 게임 또는 대화를 하면서 소설은 앞으로 나아가죠. 물론 독자들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이따금 알아맞히기도 하지요.”

공들여 플롯을 직조하는 데만 주력하진 않는다. 해리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 탐구에도 동등한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한 발짝 떨어져 문제적 인물을 보듬거나 바짝 붙어 서서 사회 문제를 해부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는 “작가는 현실과 사회를 고민해야 하는 책무가 있고 그 일을 즐기는 편이다. 스스로 정치적이 돼야 사회에 대해 발언할 자격이 생긴다고 본다”고 했다.

오슬로는 시리즈의 배경이자 작가의 고향이다. 평온한 도시에서 핏빛 범죄가 연이어 터지고, 해리는 고집스레 잔혹한 범인을 쫓는다. 네스뵈는 “오슬로는 잃어버린 사랑과 같다. 유년 시절 오슬로에서 자랐다. 그곳과 함께였고, 사랑했고, 언젠가 다시 머물 것”이라고 했다. 지극히 평화로운 북유럽에서 범죄 소설이 흥하는 이유가 뭘까.

“오슬로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어요. 심지어 17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고 해요. 소설에서 그리는 무대는 현실의 오슬로 90%에 고담시티 10%를 섞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스뵈는 밴드 보컬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경제학을 공부해 금융권에서 일한 적도 있다. 암벽 등반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그는 “그리스에서 막 등반을 마치고 왔다. 약간의 공포감을 주는 동시에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암벽 등반은 내게 휴식 시간이다”라고 했다. 사서로 일한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 책에 둘러싸여 자랐지만 스릴러는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야기의 뼈대는 논리에서 나오지만 흐름은 무의식에서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도 좋지만 음악도 정말 사랑합니다. 잠들기 전 기타 연주는 인생의 작은 선물이죠.”

프랑크푸르트=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