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 나와" 지적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로 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했다고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래 WTO 농업 관련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FT, 블룸버그 통신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또 FT는 한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한 것은 중국이 이를 따르도록 압박할 수도 있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이를 금지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중국 등 경제적 성장을 이뤄 혜택이 필요하지 않는 국가들이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WTO 회원국들보다 약한 규제를 적용받는다”며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결정이 당장 한국 경제에 커다랗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정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무역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히 WTO에서 중국의 지위 변화를 압박할 것이다”라며 “만약 한국이 지위를 바꾸지 않았다면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저항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중국이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WTO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WTO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트럼프가 WTO 규정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로라 비커 한국주재 BBC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은 주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최근 WTO에 개발도상국 지정방식을 바꾸라고 압박했다”며 “한국의 주요관심사는 시위를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쌀 생산업자들에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FT는 한국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며, WTO 개발도상국 포기 결정이 분담금 협상카드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