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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 “유럽 국가들 책임 져야”… ‘냉동 컨테이너 집단참사’ 책임공방

입력 | 2019-10-25 20:04:00


영국에서 냉동 컨테이너 안에 있던 중국인 밀입국자 39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최악의 중국인 집단 사망’으로 규정하는 한편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책임을 지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사망자들의 경유지가 된 벨기에를 비롯해 난민캠프를 폐쇄한 프랑스 등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영국 BBC와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에 시신으로 발견된 중국 출신 밀입국자 39명은 영하 25도 냉동 컨테이너에서 10시간 이상 고통을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컨테이너 위치정보(GPS) 조사결과 해당 컨테이너는 이달 15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출발했다. 이후 영국 워윅셔와 켄트를 거쳐 영불해협을 건넜다. 컨테이너는 프랑스 칼레 항구와 됭케르크 항구에도 잠시 들렸다. 이후 이달 22일 오후 2시 50분 경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에 진입했다. 당시 컨테이너는 밀봉돼 있었다. 동사한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에 이미 들어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들은 칼레와 제브뤼헤로 이동하는 어느 시점에서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 칼레와 됭케르크는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경로로 유명하다.

이후 컨테이너는 제브뤼헤항구를 출발해 23일 0시 30분(현지시간)에 영국 남서부 그레이스에 있는 퍼플리트 페리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1시경 문이 열렸고, 39명 시신이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밀봉된 냉동 컨테이너 내부는 당시 영하 25도 극저온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10시간 이상 살이 떨어져나가는 고통 속에서 동사한 것으로 영국 경찰은 추정했다.

대랑 사망을 야기한 불법 밀입국 주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 문제의 컨테이너를 수령한 북아일랜드 아마 카운티 출신의 25세 운전기사 모 로빈슨을 비롯해 용의자 3명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아마 카운티 남부에서 활동하는 아일랜드 밀수조직, 그리고 이와 연계된 북아일랜드 반정부 민병대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밀입국자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책임공방’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영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25일 “이번 사건은 2000년 영국 도버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58명이 숨진 후 일어난 최악의 중국인 집단 사망”이라며 “중국인이 영국에 밀입국한 것은 정당하지 않지만, 영국과 관련 유럽 국가들은 이들을 비명횡사하지 않게 보호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실제 2000년 영국 남서부 도버에서 중국인 58명이 컨테이너 안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불법 이민자들이었다. 같은 참사가 반복된 것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지 영국과 유럽사회가 자문하고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망자들이 중국인이라고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사망자들의 경유지인 벨기에와 프랑스도 “예견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영국으로 가길 원하는 불법 이주자와 난민, 또 이들을 이용하려는 불법 이민 알선 조직들이 벨기에로 집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안에서 100㎞ 정도 떨어진 벨기에는 영국행 난민들의 주요 이동 경로다. 벨기에가 주요 경로가 된 배경에는 2016년 프랑스 정부가 북부 지방 칼레 난민 캠프를 폐쇄한 것과 연관이 있다.

당시 영국으로 향하는 길목인 칼레 캠프를 프랑스 정부가 폐쇄하면서 이곳에 있던 8000여명은 궁중에 뜨게 됐다. 이때부터 불법 밀입국은 물론 관련 브로커, 범죄조직들이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벨기에에 모여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는 물론 철저한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난민정책 보완 등을 촉구하는 글들이 중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내 소셜네트워크(SNS)에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