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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 한마디에 일년 공론화 없던 일로… 교육개혁 ‘과속’ 위험하다

입력 | 2019-10-26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첫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을 11월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정하고 단순한 입시’를 강조하며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다음 달 중 학종 개선 방안과 함께 서울 지역 대학의 정시 비율 상향 방안을 발표한다.

학종 위주 수시전형은 그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져 수능 위주 정시전형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 수백만 학생의 미래가 달린 입시를 한 달 안에 바꾸려는 과속은 우려스럽다. 2022학년도 대입은 지난해 8월 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특위→공론화위원회를 거치며 1년간 공론화 끝에 ‘정시 비율 30% 권고’로 정해졌다. 이에 맞춰 고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제도가 요동치는 상황이 혼란스럽다.

문 대통령은 “핵심적인 문제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이 그 신뢰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며 조국 사태로 드러난 교육 불공정의 책임을 대학에 돌렸다. 공교육이 부실해 ‘부모 스펙’이 입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한 채 불공정 교육의 원인을 입시와 대학에서만 찾는다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학종이 급격히 확대된 것은 이를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교육부의 압력이 큰 영향을 미친 결과다.

문 대통령은 또 ‘교육특권’이라며 고교 서열화를 지적했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며 폐지를 공식화됐다. 자사고 등을 교육 불공정성 해소 요구의 희생양으로 삼는 듯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정들은 하나같이 고교 교육의 근간을 바꾸는 일인데 이렇게 서두르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조국 사태가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해도 그 방향과 속도를 정략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교육개혁이 불가피하다면 대학의 자율성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이라는 본질로 돌아가 시작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고, 교사의 경쟁력과 입시제도의 투명성을 함께 높여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