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커피 전문점에선 직원들이 “총 1만 원이십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골프장에서 캐디가 “공이 벙커에 빠지셨어요”라고 하거나, 주민센터에서 “인지(印紙)값이 500원이시고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아니라 엉뚱하게 사물을 높이는 엉터리 존댓말이다. 어법을 무시한 ‘사물존칭’인데 실제 문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무조건 높임말을 사용하려다 보니 주술 관계나 맥락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왕과 같은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선 극존칭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 것 같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테이블 정리 도와드리겠습니다”처럼 ‘도와드리겠다’는 표현도 남발되면서 어느덧 새로운 어법처럼 일상화되고 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업체에서 남자 손님이면 ‘사장님’, 여자 손님이면 ‘사모님’이라고 무조건 부르는 현상이 생겼다.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이 이런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고 해서 ‘백화점 높임법’이라고 불렸는데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고객들의 환심을 사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런 호칭은 2000년대 들어서 ‘고객님’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사물존칭 현상도 이런 호칭 인플레이션의 확대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