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건물주가 상징하는 가장 큰 덕목은 안정성이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로펌에서 증권 금융 업무만 수행한 금융 전문 변호사이자 오랜 직접투자 경험으로 제도권 프랍 트레이더 제안까지 받아 본 필자가 보기에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노후자금이나 여유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전 국민의 여유자금은 금융 시장을 외면하고 건물주라는 꿈을 찾아 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으로 집중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 대가로 우리는 수직 상승하는 주거비용과 집값 때문에 서로의 미래를 저당잡히며 오늘도 부족한 가처분 소득을 쪼개 집세를 올려 주거나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여유자금만 생기면 집을 사대는 우리의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도록 투자 대상을 다양화 시켜 주면 된다. 건물을 반드시 직접 사지 않아도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 주면 되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이것이 상장 리츠 활성화 방안의 근본적인 목표일 수도 있다.
상장 리츠는 어렵게 얘기하면 공모형 부동산집합투자기구 중 상장된 부동산투자회사를 의미하는 것이고, 쉽게 얘기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의 지분을 의미한다. 그래서 리츠를 HTS로 사면 건물을 공동구매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주처럼 임대료나 시세 차익을 다른 투자자들과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시장은 준비됐고 제도도 마련됐다. 이제 국회에서 부동산투자회사법만 개정된다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