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백일장 대회 규모 늘리고 中서원과 교류 등 문화사업 강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름에 걸맞게 미래 지향적 강학 공간으로 거듭나
호남 최대의 사액서원인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사적 제242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가 23일 필암서원에서 열렸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호남 최대의 사액서원인 전남 장성군 필암서원(사적 제242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강학(講學) 위주의 유교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한다. 17년째 개최해온 한글백일장 대회 규모를 늘리고 중국 서원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교육문화 사업에 나선다.
필암서원은 장성 출신의 조선 중기 유학자인 하서 김인후(1510∼1560)의 학문적 위업을 기리기 위해 1590년 기산리에 건립됐다. 1796년 정조는 ‘조선 개국 이래 도학(道學), 절의(節義), 문장(文章)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하서 한 사람뿐’이라며 그를 문묘(文廟)에 종사했다. 필암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다. 필암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9개 서원은 올해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필암서원은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강학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글백일장 대회의 문호를 넓히고 장학금 및 연구기금을 확대 조성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과 연구기금도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필암서원과 수당재단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장성과 전북 순창의 고교생들에게 2억5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학술 지원을 위해 매년 인촌기념회가 5억 원, 수당재단이 3억 원을 연구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필암서원은 천년 역사를 간직한 중국의 서원과도 교류를 추진한다. 2013년 중국의 4대 서원 중 하나인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악록(嶽麓)서원과 교류 협약을 체결한 필암서원은 중국의 다른 서원과도 교류에 나서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교육도 맡을 계획이다. 김인수 필암서원 학술회장(84·울산김씨 문정공 대종중 도유사)은 “현대사회의 서원이 단순히 제향과 교육의 공간으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해 다양한 문화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필암서원은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필암서원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인류의 유산임을 선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서원 앞뜰에는 세계 인류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 어른 키 높이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필암서원의 역사적 가치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금빛노을 주목’을 심었다.
장성군은 세계유산 등재에 기여한 김달수 울산김씨 대종회장, 김인수 필암서원 학술회장, 김성수 문중 부도유사, 김진산 문중 별유사를 포상했다. 필암서원 측도 유두석 장성군수, 박래호 필암서원 집강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