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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론 자격’과 ‘징벌’ 운운한 박원순 시장의 극히 위험한 언론관

입력 | 2019-10-28 00:00:00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검증 및 가족 비리의혹 보도와 관련해 “언론이 진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해서 기사를 써야 하는데, 무조건 쓴다”며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에 출연해 이같이 언론을 비판하면서 “미국처럼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일에도 박 시장은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에 이어 언론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국 사태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시장의 이런 발언은 1000만 서울시정을 책임진 선출직 공직자의 언론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언론의 자격’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반(反)민주주의적 발상이고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자격이 시민들의 선택으로 부여되듯이 ‘언론의 자격’ 역시 시민들의 선택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발언은 ‘내 편’이 아닌 언론에 대한 겁박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교통·기상방송인 tbs가 친(親)정부 인사들을 대거 진행자로 발탁하고 정파성이 높은 시사 프로를 내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박 시장이 직접 출연하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다.

박 시장은 “한국이 (언론 환경이) 정상적 국가가 아니다. 한 번에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징벌적 배상제도”라며 “누구나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놀게 하고, 게임 규칙을 위반하면 핀셋으로 잡아서 운동장 밖으로 던져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책임과 진실 보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언론 스스로 자율적으로 추구하고 지켜가야 할 가치다. 박 시장이 주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정치권력의 의도성과 결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악의적, 고의적인 행위를 억지하려는 데 있다. 박 시장은 권력을 견제, 감시하려는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허위 조작 정보와 구별하지 않고 악의적, 고의적 동기가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자격을 되묻게 하는 언론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