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어제 아태평화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올해를 무난히 넘겨 보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며 “북-미 관계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으며 2013년엔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 강경파 인사로 2·28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비핵화 무대에서 사라졌었다.
북한은 지난 열흘간 백마 탄 김정은의 백두산행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에 이어 김영철의 재등장 등을 통해 위협의 강도를 최대치로 높이고 있다.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김영철의 ‘불과 불 교전 상태’ 발언은 단순한 협박성으로 넘겨선 안 된다. 북한은 19일 6·25전쟁 이후 우리 영토에 처음으로 무차별 포격을 가한 연평도 사건을 거론한 바 있다. 북한의 잇따른 강경 발언은 앞으로 북-미 협상과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한반도 긴장 상황을 언제든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추가 협상을 거부하며 북-미 정상 간 톱다운 해결 방식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김영철의 망발은 미국에 대한 직접 압박이면서 우리 정부에 북한 편을 들도록 미국을 더 채근하라는 양면 전략이다. 이럴수록 한미 당국은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공조를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