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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 모두를 적으로 삼았다가 고립무원 빠져

입력 | 2019-10-28 03:00:00

알 바그다디, 빈라덴과 비교해보니… 알카에다, 국제적 테러 주력했지만
IS는 특정지역 장악해 ‘국가’ 자칭



백악관서 ‘중대 발표’ 2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미군의 작전 중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왼쪽 사진). 바그다디가 올해 4월 29일 IS의 언론조직 알 푸르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와 2011년 5월 사살된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당시 54세)의 비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같은 액수의 현상금(2500만 달러·약 294억 원)을 걸고 집요하게 추적했다.

가장 큰 차이는 도피 기간. 2014년 6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창설을 공표한 바그다디는 5년 4개월 만에 숨졌다. 빈라덴은 테러 후 근 10년인 9년 7개월 만에 사살됐다. 든든한 지원 세력의 유무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빈라덴은 파키스탄의 ‘실세’ 정보부(ISI)의 조직적 보호를 받았다. 그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아보타바드 주택가에 은신했다. 인근에는 파키스탄 군사학교도 있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장악한 ISI는 알카에다 탈레반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을 투입해 빈라덴을 사살할 때 정보 누출을 우려해 파키스탄 측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바그다디는 시리아, 이라크, 터키, 레바논 등 중동 각국 정부와 적대적 관계였다. 반미 노선은 알카에다와 같았지만 현 체제를 부인하는 등 모두를 적으로 삼았다가 미군의 추적을 막아줄 후원 세력을 구하지 못했다. 바그다디는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빈라덴은 미군에 사살됐다.

알카에다는 특정 지역 장악보다 국제적 테러를 벌이는 데 주력했다. 반면 IS는 ‘국가’를 자칭하면서 법, 교육, 화폐 등 각종 통치체계를 마련했다. 필리핀 남부 같은 무슬림 거주지도 자국 영토로 간주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