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레, 박경리문학상 수상소감 한국-알바니아, 정치적으로 유사… 위기-갈등속에서도 문학은 지속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26일 열린 제9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왼쪽부터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원창묵 원주시장, 카다레 부부, 정창영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원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며칠간 한국에 머물면서 새삼 문학의 보편적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신성한 빛이 깃든 문학은 국적과 상관없이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수상을 계기로 박경리 작가를 발견한 건 제게 큰 격려이자 지금까지 지나온 삶에 대한 보상과 기쁨입니다.”
제9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는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문학의 상징이자 인간으로서도 문화와 나라를 대표하는 박경리 작가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돼 뿌듯하다”며 “집에 가면 한국 문학, 특히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바로 찾아 읽고 싶다”고 했다.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이날 알바니아어로 소감을 말했다. 한복을 입은 화동들이 꽃다발을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카다레는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 ‘돌의 연대기’ ‘누가 후계자를 죽였나’ 등으로 알바니아 독재정권의 폭력을 고발해왔다. 신화, 전설, 민담을 활용해 비극의 역사를 유머로 승화한 작품세계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2016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최고훈장을 수훈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 작가다.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그 어느 작가보다 인간의 문제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해결은 없다는 사실을 거듭 이야기해 온 작가”라며 “명분이나 이론보다 삶에 대한 절실함이 인간의 진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크리스토프 플뢰리 주한 프랑스문화원장은 “문학 작품의 수준뿐 아니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카다레 작가의 삶에 큰 경의를 표한다”고 축하했다.
시상식에는 원창묵 원주시장, 정창영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대표, 전병국 강릉원주대 부총장, 김삼남 호텔 인터불고원주 대표, 김지하 시인,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등이 참석했다. 카다레는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디어라이트 북카페에서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와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29일 오후 2시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강연을 한다.
원주=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