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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차펀드보다 10조원 더 투입… ‘반도체 기술독립’ 공격투자 나서

입력 | 2019-10-28 03:00:00

34조원 ‘반도체 국가펀드’ 조성




“주시해야 하지만 겁낼 필요는 없다. 한국도 가만히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27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2차 반도체 펀드 자금을 34조 원가량 모았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4조 원은 메모리 반도체 라인 2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이 반도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만 40조7600억 원이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더하면 6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당연히 긴장하고 주시해야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도 공격적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정부는 자국서 칩 생산 원해”


중국이 2014년 조성한 1차 반도체 펀드(약 24조 원)의 성과도 아직 미흡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2020년 40%, 2025년 70%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자급률은 15.5% 수준에 그쳤다. 중국 내에 있는 삼성 공장 등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면 순수 중국 기업의 자급률은 4% 안팎으로 추산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1월 중국의 반도체 독립 행보에 대해 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반도체 자급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장비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 부족 탓”이라며 “중국 기업은 팹리스(공장 없는 설계 업체) 시장 투자가 효율적이지만 중국 정부는 비싸고 위험도가 큰 반도체 자국 생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1기 펀드의 약 70%는 반도체 제조 지원에 투입됐다. 특히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가장 지원을 많이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YMTC는 9월에야 64단 3D 낸드를 양산했다고 밝혔고 128단 개발은 내년 말로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7월에 128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 멈추지 않는 반도체 굴기


중국이 1차 펀드의 미흡한 성과에도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반도체 자급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차 펀드도 반도체 제조 지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2차 펀드가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고 세계적인 반도체 리더가 되기 위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2018년 ZTE, 푸젠진화(FJICC), 올해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 야망이 더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제조 2025’ 등 첨단 산업 육성정책을 견제할수록 중국의 기술 독립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1차 펀드를 조성한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칭화유니의 낸드 양산, D램 계열사 설립 등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 오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합쳐지면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2025년까지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17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계획대로 실행 중”이라며 “한국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