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 1년… 간극 못좁힌 해법, “한일관계 방치못해” 공감대에도 韓 “한일 기업 1+1 기초로 협상”… 日 “기업 배상은 청구권협정 위배” 한일 모두 외교협의는 계속 방침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1년간 한일관계는 초계기 갈등,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24일 일본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관계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징용 판결을 둘러싼 견해차가 커서 큰 진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협상의 쟁점은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다. 한국 정부는 양국 기업 모두가 배상에 참여하는 소위 ‘1+1’ 안을 기초로 협상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한국도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1’ 안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27일 기자에게 “어떤 안이라도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면 (일본) 정부는 그 안을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상에 참여하는 안도 거부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 당국자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한국 측이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기대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모두 외교 협의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24일 이 총리에게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근 한국 측이 물밑에서 여러 안을 일본에 타진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27일 “한국에서 ‘이대로 안 된다. 어떻게든 타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상반기 때만 해도 상당수 일본 당국자들이 “한국이 정말 해결 의지가 있느냐”고 묻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