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박근혜 딜레마’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분향하고 있다.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015년 이후 처음 추도식을 찾았지만 일부 참석자로부터 “배신자”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뉴시스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황 대표 등이 들어서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배신자’라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탄핵 무효’ ‘즉각 석방’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달랜 뒤에야 상황이 진정됐다. 박 전 이사장은 추도식에서 “자꾸 소리 지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원치 않는다”고 말한 뒤 “황 대표가 든든하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마냥 친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나를 잊어 달라’며 보수통합 메시지를 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과 일부 강성 친박계는 ‘탄핵세력 심판’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통해 충분히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추도식에서 “한강의 기적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는 자가 당신을 적폐세력으로 공격하며 역사를 뒤집고 있다”며 “당신의 따님을 우리가 구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보수 야권에선 당 대 당 통합 같은 물리적 결합보다는 우선 선거 연대를 통해 연합전선을 편 뒤 나중에 통합을 논의하는 ‘투 트랙 통합’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으로 다가갈수록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과 불가피론 간 논쟁은 피하기 어려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친박 지지층을 품으면서 동시에 과거 회귀적인 이미지와는 결별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라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