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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반전 드라마’… 4경기로 끝냈다

입력 | 2019-10-28 03:00:0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번째 우승… 시즌 중반 주춤하다 막판 뒷심
마지막 경기서 역전하며 1위… 선수들 셀카 세리머니로 환호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이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1-9로 이기고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셀카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두산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세리머니 공모’를 했다. 주장 오재원(34)이 10만 원을 걸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셀카(셀피) 세리머니’였다. 가을 야구의 정점인 한국시리즈의 추억을 담겠다는 뜻이다.

시리즈 내내 선수들은 안타를 치고 누상에 나가면 한 손을 들어올려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동작을 취했다. 경기가 끝난 뒤엔 삼삼오오 모여 셀카를 찍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10월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로 최종 우승을 확정지은 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전 선수단이 마운드 주변에 모였다. 오재원의 손에는 진짜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야구팬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사진이었다.

두산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10회 연장전 끝에 키움을 11-9로 꺾고 4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 이후 3년 만이자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2010년대 최강 왕조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챔피언에 올랐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극적인 승부를 거듭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두산은 “잘해야 3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NC로 이적해 안방에 큰 공백이 생겼다. 불펜진은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을 받았다.

실제로도 8월 15일 현재 두산은 3위였다. 선두 SK와는 무려 9경기 차가 났다. 하지만 SK가 흔들리는 사이 매서운 추격전을 펼치더니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1일 NC전에서 포수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역대 최다 경기 차 역전 우승이었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면 1패도 없는 싱거운 시리즈처럼 보이지만 거의 매 경기 짜릿한 반전이 펼쳐졌다. 22일 1차전에서는 6-1로 앞서다가 6-6 동점을 허용한 뒤 9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이겼다. 2차전에서는 3-5로 뒤지던 9회말 상대 불펜을 무너뜨린 끝에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42로 부진했던 박건우는 25일 3차전에서는 2점 홈런을 때리며 완승을 주도했다. 4차전 역시 초반 3-8까지 뒤지다 연장 10회 11-9로 역전승했다. 오재일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지만 두산에는 숨겨진 MVP가 많았다.

정규시즌 내내 양의지의 공백을 잘 메운 박세혁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에서 타율 0.164로 부진했던 오재원은 26일 4차전에서 결승 득점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유격수 김재호는 “이기면 다 같이 이긴 거고 지면 다 같이 진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감동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의 통합 우승은 누구 한 사람의 우승이 아니었다.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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