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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기피하는 김영철 내세운 北… 수위 높인 추가도발 예고

입력 | 2019-10-28 03:00:00

김정은 백마 등정 뒤 對美경고 계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무대에서 퇴장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8개월 만에 재등장시켜 강력한 대미 경고장을 날렸다. 군부 출신 강경파인 김영철은 27일 아태평화위원장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친분만이 능사가 아니며 무력교전이 당장에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2대가 25일 대한해협을 경유해 동해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 北, ‘불과 불 오갈 수 있다’며 추가 도발 위협


김영철은 이날 영어 등 외국어로도 낸 담화에서 “조미(북-미) 관계에서는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고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there can be the exchange of fire any moment)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또 “조미 수뇌들(북-미 정상)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 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분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영철의 ‘불과 불’ 발언은 최근 북한의 대미 메시지 중 가장 강도가 높다.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지 25일 만에 추가 도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군 당국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이전에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최근 금강산, 양덕 온천지구, 묘향산 등 북한 곳곳을 돌며 시찰하고 있다. 조만간 김정은 참관하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스스로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만큼 협상판을 엎을 우려가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보다는 SLBM 관련 도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7월 일부를 공개한 신형 3000t급 잠수함을 물에 띄우는 진수식 행사를 진행하고, SLBM을 잠수함에 탑재해 ‘대미 기습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진수식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워싱턴 시선 끌려고 기피 인물 김영철 등장시켜


김영철의 등장이 미국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김영철 대신 다른 협상 파트너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평양에 요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그런 트럼프 행정부의 ‘기피 대상’인 김영철을 내세운 건 미국의 주의를 환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사흘 만에 김영철까지 동원해 부쩍 대북 메시지가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셈법을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보고 ‘연말이라는 시한 잊지 말라.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상기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했다.

청와대는 27일 김계관 고문에 이어 김영철이 담화를 낸 것을 두고 북한이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다양한 채널로 미국에 대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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