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직격’ MC인 임재성 변호사가 ‘시사직격’에서 일본 우익의 주장이 여과 없이 강조됐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임 변호사는 28일 소셜미디어에 “많은 분들이 산케이(구보타 루리코 해설위원)와 조선일보(선우정 부국장 겸 사회부장) 기자의 발언을 지적하며 ‘친일방송’, ‘매국방송’이라고 비판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과, 해명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과 관련 “한국과 일본의 진보-보수 매체의 2:2 토론 형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에서 일방의 발언이 프로그램 전체의 의도나 평가로 즉각 이어질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많은 대중이 왜 분노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 있었던 저 역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1965년 청구권협정, 2018년 대법원 판결, 한일관계 갈등의 원인 부분에 있어서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공방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는 마음이다.
특히 진보 성향의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뉴스팀 기자와 구보타 위원, 나카노 아키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의 발언이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길 기자는 “대법원 판결은 정의로운 판결이고, 1965년에 비해 양국의 인권인식이 크게 상향된 상황에서 1965년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나카노 논설위원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원고분들이 오사카에서 처음 소송을 시작하실 때 뵙고, 기사를 여러 번 썼다. 그런데 여운택, 신천수 할아버지께서 모두 돌아가신 후에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사과하고 배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누구를 위한 대법원 판결인가”라고 토로했다. ‘시사직격’은 이를 반론으로 담았다. 하지만 “방송매체의 특성상 ‘세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에 남기 쉽다”고 했다.
그는 “그 발언을 제가 제 입으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는데, 현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저도 충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일본 사회에 존재하고, 또 극단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에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해국이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국 정부 수반의 ‘역사관’이 지적하는 상황을 ‘편집’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면하고 논쟁하고, 왜 그런 인식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직격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목표가 과연 방송에서 충분히 구현됐는가라는 지적에는,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선일보 기자(선우정 부장)의 1965년 청구권협정에 대한 발언 역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주장과 분석이지만, 법률가들과 학계에서 소수파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 변호사는 “저를 포함한 강제동원 소송에 참여한 법률가들과 지원단체들은 오랜 시간 그것에 맞서 변론을 하고, 운동을 해왔다. 프로그램 내에서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 사회가 가진 ‘현재의 양국에 대한 인식’을 양국의 대표적 진보-보수 신문의 특파원 출신 기자들을 통해 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산케이, 조선일보라는 매체 선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지만, 아베 정권 하에서의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오피니언 그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라는 점을 짚었다. “조선일보에 비판적이든, 그렇지 않든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판매부수와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와 아시히 만으로 한국과 일본 사회에 ‘현존’하는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 아니냐’, ‘산케이-조선일보 기자들의 입장만이 부각됐다’라는 비판은 역시 새기겠다”고 수용했다.
‘시사직격’이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 편을 내보낸 직후부터 28일 오전까지 ‘시사직격’ 홈페이지 시청자 소감 란에는 비난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씨 장난하십니까?” “시사직격 폐지하라” “부끄럽습니다. 제대로 생각하고 방송한 건가요?” 등의 의견으로 점철됐다. 대체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에서 일본 극우성향 매체 기자의 주장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많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도 청원이 올라왔다. ‘매국방송 시사직격 (10월 25일) 제작진들의 사과와 중징계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28일 오전 9시 현재 4100여명이 동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