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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궁전’ 평양지하철에도 교통카드 있을까?[송홍근 기자의 언박싱 평양]

입력 | 2019-10-28 14:00:00


“평양에 교통카드가 있나구요? 당연하죠. 서울처럼 카드 찍고 지하철 탑니다. ‘노인석’ ‘애기어머니석’도 있고요. 청년들 사이에는 ‘우월문화’라는 것도 있는데요. 지하철 좌석에 앉지 않고 서서 가는 게 멋있다고 여기는 겁니다.”

지난해 탈북한 평양 출신 J씨의 설명입니다. 애기어머니석의 ‘애기’(한국 표준어는 ‘아기’)는 북한말로 젖먹이 어린아이를 뜻합니다. J씨의 말처럼 평양시민들도 자동 개찰기에 플라스틱카드를 대고 지하철을 탑니다.

‘언박싱평양’ 4화는 ‘평양지하철 교통카드’를 소재로 청년들과 평양의 대중교통(지하철, 궤도전차, 무궤도전차, 92버스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 정권은 지하철 개통을 두고 체제 경쟁을 벌였습니다. 북한은 1968년 지하철 공사를 시작해 정권 수립 25주년인 1973년 9월 천리마선을 완공했습니다. 한국은 1971년 착공해 1974년 8월 서울지하철 1호선(서울역~청량리역)을 개통합니다. 1970년대 말까지는 평양지하철이 서울지하철보다 일찍 개통된 사실을 유포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었습니다.

평양지하철은 천리마선과 혁신선 2개 노선입니다. 천리마선 연장인 만경대선을 추가해 3개 노선으로 칭하기도 합니다. 현재 평양지하철 총연장은 34㎞로 서울지하철 351㎞의 10분의 1에 그칩니다.

소련 원조로 건설된 평양지하철은 깊이가 80m~150m에 달하는 고심도인데요. 전쟁 시 지하벙커 구실을 합니다. 서울지하철 역시 지하대피소를 겸하지만 가장 깊은 8호선이 11~50m입니다.

평양지하철 교통카드는 북한 돈 5000원(한국 돈 600원)을 주고 플라스틱카드를 구입한 후 요금을 충전합니다. 1회 탑승 요금은 북한 돈 5원(한국 돈 60전)으로 무료나 다름없습니다. 저렴한 지하철 요금은 북한에서 지금껏 유지되는 유일한 사회주의 시책입니다.

평양지하철은 1980년대까지는 ‘지하궁전’ ‘지하평양’이라고 불릴 만큼 북한이 자랑하는 명소였습니다. 대리석 돔형으로 축조한 지하철역도 있는데요. 1987년 만경대선 개통 이후 경제난 탓에 더는 노선을 확장하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은 ‘근대’의 상징입니다. 뉴욕, 런던의 지하철은 ‘로망’이었습니다. ‘박정희의 서울’이 한국형 근대화의 전초기지가 됐다면 ‘김일성의 평양’은 개인숭배의 왕도(王都)로 나아갔습니다. 그 차이만큼 지하철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북한이 만든 물건으로 북한을 들여다보는 ‘언박싱평양’ 4화 ‘평양지하철도 교통카드’ 편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