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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은 뭐고, H는 뭐람’ 야구 전광판 읽기

입력 | 2019-10-28 11:40:00

R 득점, H 안타, E 에러, B 볼넷 등 다양한 정보 제공
홈런 타구에 맞아 전광판에 화재 발생하기도
메이저리그 최대 전광판은 '클리브랜드 홈구장'




KBO리그 경기든, 아마추어 경기든 야구장에 가면 외야석 한가운데 큼지막한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야구 초보들에게는 이 전광판에 적힌 숫자와 영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전광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스코어보드에는 양 팀의 이름 옆으로 각 팀이 낸 이닝당 점수가 표기된다. 원정팀이 상단에 위치해 초 공격을 하게 되고, 말 공격을 하는 홈팀은 하단에 위치한다.

이닝당 점수 옆에는 ‘R’, ‘H’, ‘E’, ‘B’가 적혀있고, 그 아래로 숫자가 적혀있다. R은 각 이닝의 점수를 더한 득점(Runs), H는 안타(Hiits), E는 실책(Error), B(Base on balls)는 볼넷을 나타낸다.

전광판의 양 옆으로는 양 팀 출전 선수들의 명단이 타순 별로 적혀있다.

타순을 나타내는 숫자 외에 영문 약자가 함께 표시되는데, 수비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P(Pitcher)는 투수, C(Catcher)는 포수다. 1B(First baseman), 2B(Second baseman), 3B(Third baseman)는 각각 1, 2, 3루수를 나타내며, SS(Shortstop)는 유격수를 뜻한다.
LF(Left fielder)와 CF(Center fielder), RF(Right fielder)는 좌익수와 중견수, 우익수다. DH는 지명타자(Designated hitter)다.

전광판이 디지털화된 뒤로는 포지션을 영어로 적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된 전광판에는 타순을 보여주는 숫자 옆에 선수들의 포지션이 숫자로 적혀있다.

2는 포수, 3은 1루수, 4는 2루수, 5는 3루수, 6은 유격수, 7은 좌익수, 8은 중견수, 9는 우익수다. 투수의 포지션 넘버는 1인데 전광판에는 P로 표시된다. D는 지명타자다.

전광판 중앙부에는 B, S, O가 세로로 적혀있고, 여기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를 알려주는 것이다. B가 볼 개수, S가 스트라이크 개수, O가 아웃카운트 수다.

스코어보드의 B와 여기의 B가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H와 E, FC가 또 세로로 적혀있고, 타자가 안타를 치거나 할 때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기록원이 내리는 타자의 타격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다. 타자가 출루한 뒤 H에 불이 들어오면 안타라는 뜻이고, E면 실책으로 출루했다는 것이다. FC는 야수선택(fielder‘s choice)이다.

야수선택이란 야수가 1루가 아닌 선행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했지만 주자가 살아난 경우를 말한다. 타자까지 출루했지만 이를 안타로 처리하지 않는다.

전광판 좌측에는 CH와 로마자 1, 2, 3 옆에 사람 이름이 쓰여있는데, 이는 그날 경기 심판진이다. CH는 포수 뒤에 서는 주심(Chief umpire)이고, 나머지는 각 루심이다. 포스트 시즌과 같은 중요한 경기 때에는 선심(LF, RF)을 두기도 한다.

전광판에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와 마운드에 있는 투수의 시즌 성적이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된 전광판은 영어 약자가 쓰여있다. AVG는 타율(batting average), RB는 타점(RBI·runs batted in), HR은 홈런을 뜻한다.

이와 함께 SP라는 약자가 있는데,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속을 표시한다. 스피드건으로 측정한 구속을 곧바로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h로 표시한다.
전광판이 디지털화되고 점차 커지면서 KBO리그 각 구단들은 전광판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으려 노력한다.

올해부터 새 구장인 창원 NC 파크를 홈으로 쓰는 NC 다이노스는 전광판에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OPS(장타율+출루율), 다음 이닝 타순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또 3루측 외야에 설치된 보조전광판과 리본보드를 통해서는 투수의 구종과 구속, 체감구속, 타자의 타구 속도, 발사각, 비거리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SK 와이번스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은 10개 구단 홈구장 전광판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농구코트 3배 크기(가로 63m·세로 18m)의 전광판에는 ’빅보드‘라는 이름도 붙었다.

SK측은 2016년 전광판 제작 당시 “이 전광판은 총 면적 1138.75㎡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세이프코필드 전광판보다 더 넓은 더 큰 세계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SK는 커다란 전광판을 활용해 타율, 홈런, 타점, OPS 등 선수들의 성적 뿐 아니라 신장과 체중, 출신 학교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영상 제작 작가와 전문 방송 PD를 투입해 각종 콘텐츠를 보여주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홈팀의 타자들이 타석에 등장할 때 화려한 맞춤형 선수 소개 장면을 전광판에 선보이며 응원 음악 등 다양한 음향효과를 넣기도 한다.

한편 타자가 친 홈런 타구로 전광판에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16년 3월2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시범경기에서 강민호의 홈런이 시범운영중인 전광판을 때려 기기 고장을 일으키며 한동안 하얀 연기를 내뿜어 소화기로 진화작업을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재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큰 전광판은 가로 67m 세로 18m의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