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를 잡는 데에는 알 바그다디의 아내와 운전기사, 고위 측근들의 제보가 주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CIA가 지난여름 알 바그다디의 아내들 중 한 명과 운전기사를 체포해 심문한 뒤 알 바그다디가 시리아 북서부 한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IA는 이라크와 쿠르드족 정보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정확한 소재 파악을 위해 해당 마을에 스파이를 배치했다. NYT는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족이 해당 지역에서 알 바그다디에 대한 정보를 계속 CIA에 제공해왔다고 전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올해 초 미국과 터키, 이라크 정보당국이 합동 작전으로 IS 고위 간부들을 체포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州)에서 알 바그다디가 가족과 측근 3명을 데리고 숨어다니고 있다고 실토했다.
시리아 정보당국은 이들리브 시장에서 알 바그다디의 고위 측근 5명 중 한 명인 이스마엘 알 에타위를 포착했다. 2006년 알카에다에 가입했다가 2008년 미군에 포로로 잡혀 4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알 에타위는 이후엔 IS에 들어가 바그다디의 종교적 명령 전달과 IS 지휘관 선발 등 여러 역할을 했다. 2017년 IS가 와해되면서 에타위는 부인과 함께 시리아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다.
정보요원들은 알 에타위를 따라가 알 바그다디가 머물렀던 집을 찾아냈다. 당국은 지난 5개월간 해당 위치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불과 이틀 전 알 바그다디가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 인근 마을로 갔음을 확인했다.
에타위는 체포된 후 이라크 정보기관에 알 바그다디의 도망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이라크 안보당국 관계자는 “에타위는 시리아 내에서 바그다디를 만나 전략회담을 짰던 5명과 이들이 주로 이용했던 장소 정보를 알려줬다”며 “그는 이라크 당국이 바그다디의 행적과 은신처에 대한 퍼즐 조각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알 바그다디의 은신처는 알카에다가 점령한 지역 내 깊숙한 곳에 있었다. 상공은 시리아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육군 정예부대 델타포스는 알 바그다디 체포작전 계획을 두어 번 세웠으나 마지막 순간에 중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알 바그다디가 곧 이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추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알 바그다디 체포작전 ‘케일라 뮬러’가 긴박하게 진행됐다.
지난 24일 백악관은 바그다디가 이들리브주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고,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공격 명령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은 26일 오전이 돼서야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한 뒤 오후 4시18분에서 5시쯤 사이에 백악관으로 돌아와 지하실 상황실에서 작전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봤다.
이어 큰 폭발음이 들렸고, 알 바그다디는 아이들 셋과 함께 지하 벙커와 지하 터널망으로 쫓기다 조끼에 불을 붙여 자폭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미군은 훼손된 시신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현장에서 확인해 알 바그다디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은 은신처에서 IS의 향후 계획을 포함한 자료들을 찾아낸 뒤 퇴각하면서 로켓 6발을 쏘아 은신처를 파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을 보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매우 흥분해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6일 오후 “아주 큰일이 방금 일어났다”고 트위터에 올린 뒤 다음 날인 27일 오전 알 바그다디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