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개막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 News1
“나가 뒈져야 한다.”
“저 XX. A대학에서 안 받았어야 했는데.”
“집중 안 해 XX야? 너 하기 싫냐?”
“시골 애들이 거세.”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네. 좀 더 벗어라.”
100회째를 맞은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지도자들과 관중이 학생선수에게 내던진 폭언들이다. 전국체전에서 고교 운동선수들이 지도자에게 폭언과 모욕을 받는 풍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제100회 전국체전의 14개 주요 종목을 모니터링한 결과, 고교 선수를 중심으로 언어·신체·성폭력의 인권침해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14개 주요 종목(육상, 축구, 농구, 배구, 야구, 핸드볼, 배드민턴, 유도, 레슬링, 복싱, 씨름, 검도, 태권도, 역도)의 인권침해사례를 조사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과열될수록 ‘패했다’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부 지도자들이 고등부와 대학부 선수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내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폭언이 심한 나머지 관중이 ‘욕하지 마라, 저게 감독이냐’라고 항의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종목 임원 등에게 훈화를 들어야 했다. 일부 여성선수들이 높은 단상에 앉아있는 임원에게 다과를 바치는 장면도 목격돼 성차별적 의전으로 지적됐다.
또한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탈의실과 대기실, 훈련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관중석과 복도, 또 본인들이 가지고 온 간이매트 위에서 관중들과 섞인 채로 쉬고 훈련을 받았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5월 익산·전주·완주·고창·정읍 등 15개 체육관에서 전국소년체전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현황을 조사했다. 당시 인권위는 학생선수 대부분이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며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당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서울과 김천 등 수도권의 전국체전을 주로 조사했다. 지난 5월이 중학교 3학년 미만의 학생들에게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면 이번 10월 조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서도 확인한 것이다.
스포츠분야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권위주의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향후 대규모 경기대회를 주관하는 주최 측에서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해 관중에 의한 혐오나 비하, 성희롱적 발언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앞으로 대규모 스포츠 경기가 인권친화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개선을 촉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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