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를 제거한 군사작전의 성과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원의 탄핵 조사와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뒤집을 ‘반전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안보 성과 과시한 트럼프의 ‘역전극’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미군이 그를 추적, 급습한 과정과 공습 장소 등 첩보가 포함된 세부사항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중대 성명’ 발표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직접 답했고, “바그다디가 개들에게 기면서 훌쩍이고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갔다” “겁쟁이처럼, 개처럼 죽었다”는 등 원색적이고 과장된 표현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런 그의 기자회견에 대해 “백악관에서 진행된 50분 간의 기자회견은 이제는 관습처럼 되어버린 허세와 과시, 조롱으로 점철됐다”고 비꼬았을 정도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참모들은 ‘중대 성명’ 발표 후 잇따라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참모들과 함께 군사작전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 사진도 공개했다. 8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상황실 공개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을 의식한 듯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긴박한 군사작전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모두 정장이나 군복 차림이라는 점, 군사작전이 이뤄진 시간과 사진 촬영 시점에 차이가 난다는 점 등 때문에 상황 종료 후 연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에서 칭송으로…분위기 확 바꾼 공화당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 정치권과 언론은 바그다디의 사망이 미군의 중동 작전에서 중대한 한 획을 긋는 성과라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군은 바그다디에 이어 후속 작전을 통해 그의 오른팔이자 IS 대변인으로 활동해온 아부 하산 알무하지르도 제거했다. 이는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을 벌여온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아브디 총사령관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자 한 명의 사망으로 IS가 완전히 와해되거나 테러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시리아 철군 결정 때문에 미군이 위험한 야간작전을 밀어붙여야만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번 군사작전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의회는 이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보다 먼저 얻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당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