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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트럼프…IS지도자 제거, ‘반전 카드’로 활용?

입력 | 2019-10-28 14:37:00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를 제거한 군사작전의 성과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원의 탄핵 조사와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뒤집을 ‘반전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안보 성과 과시한 트럼프의 ‘역전극’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미군이 그를 추적, 급습한 과정과 공습 장소 등 첩보가 포함된 세부사항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중대 성명’ 발표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직접 답했고, “바그다디가 개들에게 기면서 훌쩍이고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갔다” “겁쟁이처럼, 개처럼 죽었다”는 등 원색적이고 과장된 표현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런 그의 기자회견에 대해 “백악관에서 진행된 50분 간의 기자회견은 이제는 관습처럼 되어버린 허세와 과시, 조롱으로 점철됐다”고 비꼬았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다디에 대해 ‘오사바 빈 라덴보다 큰 최악의 테러 거물(the biggest thing)’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빈 라덴은 9.11 테러를 일으켰지만 바그다디는 (테러조직) 전체를 건설한 인물”이라는 식의 비교도 반복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이뤄진 빈 라덴의 사살작전과 비교해 더 큰 성과를 냈음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참모들은 ‘중대 성명’ 발표 후 잇따라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참모들과 함께 군사작전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 사진도 공개했다. 8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상황실 공개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을 의식한 듯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긴박한 군사작전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모두 정장이나 군복 차림이라는 점, 군사작전이 이뤄진 시간과 사진 촬영 시점에 차이가 난다는 점 등 때문에 상황 종료 후 연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에서 칭송으로…분위기 확 바꾼 공화당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 정치권과 언론은 바그다디의 사망이 미군의 중동 작전에서 중대한 한 획을 긋는 성과라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군은 바그다디에 이어 후속 작전을 통해 그의 오른팔이자 IS 대변인으로 활동해온 아부 하산 알무하지르도 제거했다. 이는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을 벌여온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아브디 총사령관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철군 결정을 강하게 비판해온 공화당 인사들은 발언이나 태도를 바꾸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그다디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 국면을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였다”고 추켜세웠다. WP에 철군 결정을 비판하는 기고문까지 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에는 “이런 승리를 가져온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의 리더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자 한 명의 사망으로 IS가 완전히 와해되거나 테러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시리아 철군 결정 때문에 미군이 위험한 야간작전을 밀어붙여야만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번 군사작전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의회는 이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보다 먼저 얻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당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