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뜻하는 ‘히스토리(History)’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대작 ‘히스토리아이’에서 기원했다. 덕분에 헤로도토스는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히스토리아이는 훌륭한 역사서이지만 최초의 역사서이다 보니 관심사가 지나치게 넓은 느낌도 있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았다는 느낌도 약간은 든다. 이 아쉬움을 단숨에 극복한 사람이 그 다음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 투기디데스다. 감정을 자제하는 냉정하고 드라이한 서술, 아테네와 스파르타 양쪽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는 현대 역사학자의 귀감이다. 투기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자 즉시 이 전쟁이 거대한 전쟁이 될 것이란 예감을 느끼고 전쟁사를 서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예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당시 사람들은 이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35년이나 지속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투기디데스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역사의 터닝 포인트가 될 전쟁이라고 예감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참극이 벌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었을까?
전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알을 깨는 고통이라고 할까? 마치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고난처럼 포장되었다. 그건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지루하게 지속되자 내전의 추악함이 민낯을 드러냈다. 내전은 시민들 간에 의견대립을 낳고, 피해와 고통이 길어지면 불신과 증오로 발전한다. 여기서 증오가 환골탈태하는데,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반대자에게 더 집중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침내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반대자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환각에 사로잡힌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