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28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이달 31일에서 내년 1월31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는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갔다.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EU 27개 회원국이 2020년 1월 31일까지 새로 탄력적 연기(flextension)를 해달라는 영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번 결정은 서면 절차를 통해 공식화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U 정상들은 따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서면상으로 오는 29~30일 사이 브렉시트 연기를 최종 승인할 방침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로써 브렉시트는 지난 3월29일에서 4월12일, 다시 이달 31일로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된 이후 한 차례 더 미뤄지게 됐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 지는 3년 4개월째다.
EU는 이번에 브렉시트 연기를 추가로 승인하며 조건을 걸었다. 먼저, 브렉시트 합의안이 내년 1월31일 이전에 영국과 유럽 양쪽 의회의 비준을 마칠 경우 영국이 해당 월 첫째 날 EU를 떠날 수 있게 했다.
EU는 브렉시트가 연기된 기간 동안 합의안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탈퇴가 미뤄졌으므로 영국도 12월 출범 예정인 새 EU 집행위원회에 자국 집행위원을 합류시키도록 했다.
EU가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승인함에 따라 이날 영국 하원의 조기 총선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2월12일 조기 총선안을 이날 오후 하원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주 하원에서 EU와의 합의안을 법제화하기 위한 탈퇴협정법안(WAB)의 입법 절차를 중단시켰다. 하원이 법안의 신속처리를 거부하면서 이달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그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이어 EU가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로 연기하면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19일 브렉시트 합의안의 하원 승인이 보류되자 의회 강제대로 EU에 3개월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EU가 브렉시트 연장을 승인했지만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안이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가능성을 이유로 기권할 경우 안건은 부결된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려면 ‘고정임기 의회법’(FTPA·Fixed-Term Parliaments Act)에 따라 하원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집권 보수당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노동당 동의 없이는 12월12일 총선 확정이 어렵다.
정부의 12월12일 조기 총선 계획은 무산되더라도 같은 달 9일로 선거일이 잡힐 수 있다. 야권의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FTPA를 우회해 12월9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 안을 의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자민당과 SNP는 EU가 내년 1월31일로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경우 12월9일 총선을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했었다. 이 같은 내용의 FTPA 수정안이나 별도의 한줄 법안은 단순 과반 찬성만으로 하원 통과가 가능하다.
자민당과 SNP의 대체안은 29일 하원에 상정될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12월12일 조기 총선안이 부결될 경우 야권이 제안한 방안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