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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정국서 새 변수 되나…의원정수 확대 놓고 정치권 공방

입력 | 2019-10-28 20:45:00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29일 사법개혁안 국회 본회의 자동 부의를 기점으로 재개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사법개혁안 ‘선(先)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의 패스트트랙 연대를 위한 교집합으로 떠오르면서다. 정의당에 이어 28일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도 한목소리로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30석 (더) 늘려야 한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 예산은 최소 5~10년 동결하겠다고 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라디오에서 의원 정수 10% 증원의 필요성을 제기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주장에 “저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안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선거제 개정안을 두고)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드는 걸 반대하는 사람(의원)들이 많으니 정수 확대도 신중하게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놓고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군소 야당을 의식해 반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라디오에서 “고민해볼 수 있긴 한데 자신 없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야 4당의 요구에 동조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그렇다고 협상 창구를 닫아 버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의원 수를) 늘리고 월급이나 지원은 더 줄이는 식으로 가는 것이 더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강기정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언급하면서 “‘(국민에) 검찰 개혁을 위해 정수 확대에 동의하시겠느냐’고 물어보니 ‘안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신중해야 된다”고 했다. 또 “정수확대는 ‘국회에서 어떤 대대적인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수확대가 되겠냐’는 이런 뜻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늘 갖고 계시다”고 전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도 “300명 정원이 당론”이라고 당의 공식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2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동화공단로에서 열린 ‘’민부론 강원설명회 및 기업인 간담회‘’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동화공단을 돌아보며 설명을 듣고있다. 뉴스1

한국당은 “의원 정수 확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당이 민주당의 2중대가 된 처지에 정수를 확대하자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일”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심상정 대표의 밥그릇 본색이 드러났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한국당 내 의원들은 정수 확대 논의가 진행될 경우 당론과 달리 의원 정수 확대에 동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금 의원 정수 확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