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무역전쟁’ 못지않게 ‘NBA 농구 전쟁’이 뜨겁다. 이달 초 미국프로농구협회(NBA)의 대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 반정부 시위 지지를 밝힌 후 중국 내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 내에서는 NBA 관계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작 NBA 측은 ‘큰 손’ 중국 시장을 놓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최근 ‘절친’ 야오밍 중국농구협회(CBA) 회장과 연락이 끊겼다. 올 시즌 개막 직전인 이달 6일 모레이 단장이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자 CBA는 즉각 휴스턴 구단과의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해당 사태 직후 실버 총재는 “현재로서는 야오밍이 극도로 화가 난 상태이고 이해한다. 야오밍을 만나 합의점을 찾아 보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야오밍 회장은 매년 찾던 상하이 NBA 시범 경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실버 총재와 야오밍 회장은 올 7월 라스베이거스 회의, 베이징 농구 월드컵 기간 만찬 등에서 여러차례 만나며 교류한 사이다.
실버 총재가 야오밍 회장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은 그가 2002년 휴스턴에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되면서 NBA를 중국의 ‘국민스포츠’로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직전 시즌(2018~2019) 중국에서 TV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NBA를 본 시청자는 약 8억 명으로 미국 시청자의 2배 수준이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NBA는 중국에서 연간 최소 5억 달러(5853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최근 중국 협력사들이 계약을 끊으며, 당장 다음 시즌 NBA 선수들의 샐러리캡(팀 연봉 보수 한도액)도 15% 감소할 위기다.
NBA 총재까지 중국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대로 미국 내에서는 중국 측의 표현의 자유 압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중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4일 “”NBA가 홍콩 문제와 관련, 중국의 편을 들고 있다“며 ”NBA가 마치 중국 공산당이 지분 100% 소유한 자회사 같다“고 비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