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정의선 부회장과 미래사업 모색 지영조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왼쪽)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옛 현대차 서비스센터 자리에서 열린 ‘제로원데이 2019’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에게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에 나선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마주친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60)은 미래 투자 계획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날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앞으로 자동차 비중은 50%로 줄고 나머지 30%는 개인항공기,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미래 사업 방향을 밝힌 직후였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을 거쳐 2017년 2월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지 사장은 그룹의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그룹이 5대 신사업으로 제시한 모빌리티 서비스, 스마트시티, 로보틱스,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그의 일이다.
지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차량 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이 생긴 영역에 완성차 업체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현대차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차량의 효율적인 관리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택시업계나 플랫폼 업체에 공급하면서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 사장은 “글로벌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 시장은 이미 경쟁이 끝난 분야여서 현대차가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고 영향력을 높이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로보택시 등 탈것의 차별화로 고객과 플랫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지만 그는 그룹의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성장 방정식이던 수직계열화 전략이 ‘정의선 체제’에서는 수평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 사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철판부터 엔진까지 다 생산했지만 미래차 시대에는 모든 걸 혼자 하는 방식으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밖에 있는 기술을 빌려서라도 종합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