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국내에서도 최근 지역화폐와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 17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했습니다. 총 발행 규모는 2015년 892억 원에서 올해는 2조3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지급결제 수단의 발달로 지역화폐의 형태도 종이 상품권에서 카드와 모바일결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선불카드 형식으로는 인천의 ‘인천 e음카드’, 모바일 간편결제 방식으로는 울산의 ‘울산페이’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권과 지역화폐의 가장 큰 차이는 법정화폐(법화), 즉 국가에서 법으로 공식 인정한 화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한은법 제47조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 제48조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에 의해 한국에서는 한국은행권만이 유일하게 법화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반면 지역화폐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조례에 따라 발행 및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를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법화인 한국은행권이 전국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반면 지역화폐는 대체로 해당 지역 내 지정된 가맹점 내에서만 사용되는 지급 수단입니다. 전통시장에서 유통되는 온누리상품권, 특정 백화점 또는 마트에서 사용 가능한 백화점상품권과 유사하게 특정 지역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의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로 지역화폐의 공식 명칭은 ‘지역사랑상품권’이며, ‘성남사랑상품권’ ‘포항사랑상품권’ 등의 명칭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지역화폐와 한국은행권의 차이점을 화폐의 본질적 기능에 비추어 살펴보겠습니다. 화폐의 기능 중 첫 번째는 교환의 매개 수단입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팔 때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여부인데, 지역화폐도 이를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계산 단위인데요. 국내에서 모든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 단위는 ‘원’으로 표시됩니다. 이렇게 가격을 표시하는 공통적인 단위가 되는 것이 화폐의 계산 단위로서의 기능입니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별도의 화폐 단위를 갖지 못하고 법화의 화폐 단위를 그대로 사용하므로 계산 단위의 기능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치 저장의 수단을 들 수 있습니다. 화폐가 구매력과 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됨을 뜻합니다. 지역화폐의 경우 해당 지역 상인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 받은 지역화폐를 바로 법화로 교환해야 그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능이 취약하다 하겠습니다.
이렇듯 화폐의 세 가지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한은이 발행하는 법화는 이를 모두 충족하는 반면 지역화폐는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사용되기는 하나 계산 단위는 물론 가치 저장 수단의 기능도 약합니다. 지역화폐가 주로 지역상권 활성화 및 공동체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기 때문인데요. 별도의 지급 재원과 관리 주체 없이는 결제 수단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법화와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