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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수부대, DNA키트로 폭사한 알 바그다디 신원 즉석 확인

입력 | 2019-10-29 03:00:00

첨단기술 동원된 IS 급습작전




“그를 잡았다. 100% 확신한다. ‘잭팟’이다. 오버.”

26일 오후 7시 15분경(미국 동부 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바리샤.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를 체포하기 위한 ‘케일라 뮬러’ 작전에 투입된 미군 특수부대 지휘관이 워싱턴 백악관으로 다급한 무전을 보냈다. 작전 개시 약 2시간 만에 바그다디의 사망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약 9700km 떨어진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과 이를 지켜봤다. 그는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작전이) 완벽했다”고 치하했다.


○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주도

델타포스 등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가 주도한 이번 작전명은 IS 납치·살해 피해자인 미국인 인권운동가 케일라 뮬러(1988∼2015)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뮬러는 2013년 8월 IS에 납치돼 바그다디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밀리 합참의장이 바그다디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작전명을 정했다고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이 27일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여름 체포한 바그다디의 아내들 중 한 명을 비롯한 운전기사, 고위 IS 인사 등 측근들을 신문해 바그다디의 소재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는 델타포스 외에도 75 레인저연대, ‘밤의 사냥꾼’으로 불리는 160 특수작전항공여단(SOAR), 대당 20여 명의 요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CH-47 치누크 헬기 8대 등도 동원됐다고 전했다. 2011년 5월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 사살 때는 해군 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과 블랙호크 헬기가 투입됐다.

헬기들은 착륙 전부터 바그다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특공대는 정문을 우회해 건물 벽을 부수면서 안으로 진입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7일 ABC뉴스에 출연해 “지상에도 100명가량의 부대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 15분 만에 DNA로 신원 확인

바그다디는 자녀 3명과 함께 터널 속에서 막다른 곳까지 몰린 뒤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했다. 사망 후 약 15분 뒤에 신속하게 확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원이 신속하게 밝혀졌다는 것은 특수부대가 DNA 검사 등 생체인식 기술 장비를 가져갔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최신 이동용 신속 DNA 검사 장비는 신체 일부와 혈액을 이용해 90분 내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정용 전자레인지 정도 크기여서 헬기에 쉽게 실을 수 있다.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도 생체인식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왔고, 델타포스 대원 중 생체인식 전문가도 포함됐다고 NYT는 전했다.

군사용 로봇도 작전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바그다디를 매우 가까이서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봇이 쓰이지는 않았다. 바그다디의 자폭에도 불구하고 군사용 로봇을 투입하지 않았고 미군 사상자는 없는 상태로 작전이 마무리됐다.


○ ‘엘리트 군견’ 활약 빛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승인하기 전 미군 사상자 발생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그의 취임 직후 중동 예멘에서 네이비실 대원 한 명이 작전 중 사망한 적이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는 미군 2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곧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특수부대원보다 먼저 투입된 군견 몇 마리가 중상을 입었다.

K-9으로 불리는 군견은 등에 카메라를 달고 위험 지대에 사람보다 먼저 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미군이 2001년 9·11테러 이후 각종 대테러 작전 등에서 군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맹하기로 이름난 독일산 셰퍼드, 몸집은 작지만 항공 침투 작전에 주로 쓰이는 벨기에 말리누아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임보미·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