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당시 사람들은 이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35년이나 지속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전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알을 깨는 고통이라고 할까? 마치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고난처럼 포장되었다. 그건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지루하게 지속되자 내전의 추악함이 민낯을 드러냈다. 내전은 시민들 간에 의견 대립을 낳고, 피해와 고통이 길어지면 불신과 증오로 발전한다. 여기서 증오가 환골탈태하는데,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반대자에게 더 집중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침내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반대자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환각에 사로잡힌다.
투키디데스는 비통한 심정으로 어이없는 증오와 선동, 분열 그 결과물인 시민에 의한 시민의 학살을 기록했다. 그리스 사회의 몰락도 예감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소위 지도층, 지성인이란 이들이 편 가르기, 진영논리에 앞장서고 있다. 그들의 과거 언행을 보면 후안무치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어이가 없다. 아니면 원래부터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리석어서 깨닫지 못했던 걸까? 다만 투키디데스의 불길하고 비통했던 심정만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