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대개 외모,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뜻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리즈는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를 연고로 하는 리즈 유나이티드 FC를 말한다. 내가 응원하는 성남 FC는 리즈 같은 팀이다. 성남은 K리그 7회 우승을 한 최대 우승팀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2회나 했다. 한때는 성남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 다음 시즌에 성남으로 영입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자 구단이었다. 스타 선수가 너무 많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성남 FC는 시민구단으로 전환되면서 가난해졌고, 급기야 2016년에는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시험이 두 달 남은 시점에 신림동 고시촌에서 강등 소식을 듣고 양꼬치 집에 앉아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울고 있는 나를 보고 같이 있던 형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아직도 나는 그때를 역사적 사실 중 하나로 기억하지 개인적 삶을 투영하지 않는다. 습하고, 눅눅하며, 가슴이 시큰해지고, 개인적으로 모든 고통이 집약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부 리그에서도 한동안 꼴등을 했고, 나는 그해 시험에 떨어졌다.
“집세가 밀려도 난 상관없어, 애인이 없어도 난 상관없어, 쌀독이 비어도 난 상관없어. 성남만 이긴다면.” 요즘 ‘짠내’ 나는 응원가를 부르며, 형제자매들과 고통의 순간들을 안주 삼아 행복한 술자리를 가진다. 더할 나위 없다.
그깟 공놀이가 대체 뭔지 궁금하다면, K리그를 주제로 한 샤다라빠 형님의 연재만화와 성남 FC의 강등과 승격을 주제로 한 박태하 작가님의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라는 책을 권한다. 더 궁금해진다면 주말에 탄천종합운동장 블랙존을 찾아주시라. 응원도 같이하고 야탑역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