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조절제 ‘인데놀’의 오해와 진실
한 수업생이 ‘미니 수능’으로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각 고사장 앞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간간이 눈에 띄는 수험생을 태우고 급히 수험장으로 들어오는 경찰차,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수험생과 부모들. 매년 비슷한 풍경인데도 볼 때마다 어른들은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아마도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아이들이 안쓰러워서일 테다.
인데놀정이 일부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시험날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처방 횟수가 늘고 있다.
이러다 머릿속이 구름 낀 것처럼 하얗게 돼 아는 것도 기억나지 않으면 큰일이다. 이명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긴장 때문에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겐 인데놀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중요한 일이 있기 30분 전에 10mg 한 알을 먹으면 맥박이 안정되고 불안감을 줄여준다”고 말한다. 인데놀의 이런 효과는 반나절 정도 지속된다.
인데놀(성분명 프로프라놀롤염산염)은 원래 고혈압이나 협심증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쓰는 혈압조절제다. 심장과 심장 주변의 혈관에 분포해 있는 교감신경성 베타수용체를 경쟁적으로 차단해서 심근의 수축력, 혈압, 심근의 산소 요구량을 감소시킨다. 심박수가 안정된다. 이런 이유로 선수가 긴장을 조절하는 것이 승패에서 중요 관건인 올림픽 사격 종목에서는 프로프라놀롤염산염이 도핑 성분이다.
무대 공포증 조절 위해 처음 사용
베타차단제인 인데놀이 맨 처음 불안완화를 위해 사용된 것은 언제일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76년 영국의 의사 이언 제임스에 의해 런던 음악학교 학생들의 무대 공포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처음이다. 런던음악대학의 두 명의 심사위원이 모의 오디션에 참여한 24명의 음악가들의 퍼포먼스가 73%까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그 음악가들의 평균 맥박수와 혈압도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이 실험 이후로 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인데놀 등 베타차단제를 암암리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긴장 상황 전 10∼20mg 복용 권장
평소 혈압 문제가 없는 일반인이 인데놀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때면 유독 긴장을 많이 하는 기자가 인데놀을 처방 받아 먹어봤다. 인데놀은 전문의약품이라 처방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직접 가야한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나 내과에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긴장되는 상황을 앞두고 한 시간 전에 40mg 인데놀을 복용했다. 긴장감 완화를 목적으로는 많은 양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10∼20mg 정도를 권한다.
약의 크기가 아주 작아 물과 함께 삼키면 제대로 먹은 것인지 느낌도 잘 안 들었다. 그렇다면 효과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꽤 괜찮았다. 평소 이런 상황이라면 입이 마르고 손도 가늘게 떨렸을 자리임에도 평상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다. 확실한 건 그런 때에도 금세 평정심을 찾는다는 것. 대개는 한번 날뛰기 시작한 심장이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마인드 컨트롤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한참이 걸렸다.
특히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천식이 있거나, 저혈압이 있는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인데놀을 복용했을 때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는 주의해야 한다.
적당한 불안은 오히려 수행능력을 증가시킨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서도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면 결과는 오히려 불안할 때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 오 약사도 “시험 보기 전에는 어느 정도 긴장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며 “습관적인 복용이나 장기 복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