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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들해진 ‘제주올레’ 다시 살아날까

입력 | 2019-10-30 03:00:00

‘제주올레걷기축제’ 31일 개막
하루에 한 코스씩 사흘간 진행… 문화예술공연과 먹을거리 즐겨



제주올레를 찾는 탐방객이 감소한 가운데 하루에 한 코스씩 올레길을 걸으며 문화예술 공연과 지역 먹거리를 즐기는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올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탐방객이 크게 줄었다. 31일부터 시작하는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올레 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 개장을 시작으로 2012년 마지막 정규 코스가 개설됐다. 제주올레는 21개 정규 코스, 5개 부속 코스 등 모두 26개 코스로 총 길이 425km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뚜벅뚜벅, 느릿느릿 제주를 들여다보는 코스를 지향했다.

옛길이나 사라진 길을 찾아내고 되살리며 환경 훼손과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했다. 오름(작은 화산체), 바다, 마을, 숲 등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길로 도보여행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올레길이 열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탐방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30∼50대 여성이 중심이었던 ‘올레꾼’은 점차 나이와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해지면서 제주관광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유명 관광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패턴에서 아기자기한 길을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만나는 생태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증가로 항공비용이 저렴해진 것도 올레를 자주 찾는 요인이 됐다.

고공행진을 하던 올레길 탐방객은 2013년 119만 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 118만 명, 2015년 94만 명, 2016년 68만 명, 2018년 58만 명 등으로 감소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측이 적정 탐방객 수로 정한 70만∼80만 명을 밑도는 수치이다. 서귀포 해안 절경이 뛰어나고 접근이 쉬운 올레 6, 7, 8코스에서는 탐방객을 쉽게 볼 수 있지만 14(저지∼한림), 16(고내∼광령), 20(김녕서포구∼제주해녀박물관)코스에서는 탐방객을 보기 힘들다.

올레길 주변에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면서 해안가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지적과 함께 답압(踏壓)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 코스 내 사유지 소유자와의 갈등, 농작물 서리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마찰 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레길의 소득 창출 효과가 주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올레 측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제주올레걷기축제를 통해 올레길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는 8(약천사∼논짓물), 9(화순금모래해수욕장∼논짓물), 10(하순금모래해수욕장∼하모체육공원)코스에서 하루에 한 코스씩 걸으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지역 먹을거리를 즐기는 이동형 축제이다.

친환경을 표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개인 컵이나 물병을 소지할 수 없으며 무료로 제공되던 차나 음료도 받을 수 없다. 먹을거리 구매 시 개인 수저가 없으면 환경 분담금을 내야 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클린올레, 재활용품 자동 수거 보상기 운영, 헌옷으로 만드는 인형 코너 등 환경 캠페인도 진행된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올레길 걷기가 줄어드는 대신 길을 온전히 즐기려는 완주자 등 탐방객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을 특성을 활용한 100년 대계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제주올레’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여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