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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뮤지션은 죽어 노래를 남기고…

입력 | 2019-10-30 03:00:00


미국 록 밴드 블루 오이스터 컬트의 앨범 ‘Agents of Fortune’ 표지.

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맑음. 오직 사랑하는 이
들만이…. #326 Blue Oyster Cult ‘(Don't Fear)
the Reaper’(1976년)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어려서부터 가장 큰 의문이었다. 산 사람 중에 죽어본 사람이 없으므로 속 시원한 답을 듣기는 틀렸다는 것을 진즉에 깨달았다.

고금의 전설은 삶과 죽음의 세계를 잇는 존재를 상정했다. 한국에선 저승사자가, 서구에선 죽음의 신인 ‘그림 리퍼’가 그 업무를 본다고…. 북유럽에서는 발키리가 사자(死者)를 발할라로 인도한다고 했다.

하드록, 헤비메탈의 발달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 록 밴드 ‘블루 오이스터 컬트’는 죽음에 대해 아주 로맨틱한 노래를 썼다. ‘저승사자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곡, ‘(Don‘t Fear) the Reaper’다.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음은 ‘솔’이다. 마치 죽기 싫은 영혼처럼 굴기 때문이다. 전기기타의 개방현(開放絃)을 이용해 연주하는 이 음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Am-G-F-G-Am’의 코드 진행에서 편집증적 뉘앙스를 강화한다.

곡의 초반 분위기는 열정적이고 몽환적인 라틴음악 같다. 영국 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연인을 위한 하드록을 연주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들처럼 될 수 있어) 괜찮아, 그대/(사자를 무서워하지 마) 그대, 내 손 잡아/(사자를 무서워하지 마) 우린 날 수 있을 거야….’

뜨겁던 사랑의 시절은 갔다. 종말은 계절처럼 두 연인에게 온다. 이 곡이 록 역사에서 명곡으로 꼽히는 이유는 중반부의 반전 때문일 거다. 2분 30초를 지날 무렵 갑작스레 도래하는 죽음 같은 ‘Fm-G’의 분산화음. 이는 전기기타의 고달픈 중동풍 음계 연주, 휘몰아치는 스네어드럼과 뒤섞이며 분위기를 급변시킨다.

그러다 문득 악몽에서 깨어나듯, 53초간의 폭풍이 잦아든다. 악곡은 다시 초반부의 분위기로 돌아간다. 전기기타의 되먹임 소리만이 계절을 무시한 영혼의 울부짖음처럼 27초간이나 지속된다.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는 이 지속음 역시 계이름으로 치면 ‘솔’이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영혼은 몰라도 노래는 남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