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라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 악재가 없는 때가 없었다. 대내외 악재가 연이어 터져도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밀리면 대한민국이 밀린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다음 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의 고위 인사들의 소회다. 1969년 흑백TV를 만드는 전자회사로 출발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지난한 세월이 응축된 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12개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 전면에 등장해 오픈 이노베이션(공개적 기술 협력 및 혁신)에 나서면서 글로벌 ICT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으로 삼성전자는 100년 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토대를 닦고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체질을 싹 바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선대회장은 198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하는 이른바 ‘도쿄 선언’을 했다. 당시 미국 일본의 견제가 심했고, 국내에서도 비관적 기류가 강하던 때였다. 하지만 가전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겠다는 판단에 투자를 서둘렀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1986년 이 선대회장은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서두르라고 지시했고, 3년 뒤 D램 시장의 대호황으로 큰 효과를 봤다.
삼성전자는 D램 세계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2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2017년부터는 미국 인텔을 제치고 메모리, 비메모리 등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1987년 경영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삼성의 체질을 싹 바꿨다. 당시 세탁기 등 가전이 세계에서 잘 팔리고 있었지만 품질은 최고가 아니었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없었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었다.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소집해 신경영을 선언하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다음 해인 1994년 ‘국민 휴대전화’ 애니콜이 탄생했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은 품질에 이 회장은 ‘화형식’이라는 충격요법을 썼고,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올해 4월 내놓았고,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선정해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미래가 삼성 혼자만의 노력으로 달성되지 않는다고 보고 상생과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50년 노력 끝에 성취한 ‘최고 기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고 했다. 이달 10일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그리고 디스플레이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과감한 일자리 투자도 동시에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 동안 180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4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지난해부터 5년 동안 1만 명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13년부터는 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10년 동안 총 1조5000억 원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 이 부회장이 100년 삼성전자를 만들어갈 다짐이다.
유근형 noel@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