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오향만두의 ‘오향장육’.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오향장육과 만두에는 퇴근길 회사원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골목 어귀에 있는 자그마한 중국집. 문을 꼭 닫아도 미풍이 들어왔지만 이미 넥타이를 풀고 백주 한 잔을 기울이는 회사원들 열기로 내부는 후끈했다. 오향장육에는 물만두가 어울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군만두가 더 궁합이 맞다. 오향장육이 삶아서 식혀내기에 보드랍고 향기롭다면, 갓 튀겨낸 만두는 바삭바삭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가장 먼저 오향장육에 얹어 나온 파채와 오이를 입가심으로 먹는다. 군만두를 하나 집어 후후 불며 바사삭 씹어 먹으면 육즙이 입안에 그윽이 차오른다. 그 기세를 몰아 향이 잘 스며든 장육 하나를 입에 물자 녹아드는 것은 마음의 허기. 여기에 백주 한 잔 곁들일 때 ‘후’ 하고 답답한 속이 열리기 시작한다.
오향장육을 잘하는 집은 하나같이 만두를 잘한다. ‘오향만두’가 반가운 이유는 옛날식 오향장육 맛이 30년 넘도록 변치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장의 고집이 맛을 지켜내는 비결이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 잡내를 말끔히 잡았다. 소스는 과함이 없고 육향을 끌어올리는 역할에만 충실하다. 옆에 보너스처럼 얹어주는 송화단도 고소하다. 군만두는 이곳의 대표요리. 옆에서 아주머님은 다소곳하게 만두를 빚고 계셨다. 주방에서 깨끗한 기름으로 바로 구워주기에 만두의 촉촉함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돼지고기, 배추, 파 등과 어우러지는 만두 속은 고소하되 담백하다.
‘서궁’은 사태와 돈족을 깔끔하게 삶아내고 고추와 마늘, 고수를 수북하게 올려준다. 껍질 부위와 살점이 어우러지니 쫀쫀한 젤리를 먹는 듯하다. 군만두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만두소는 소고기를 쓰며 만두피는 두툼하지만 과자처럼 바삭하게 씹히다가 목으로 술렁술렁 넘어간다. 숙성이 잘된 만두피의 전형이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오향만두=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2, 오향장육 1만5000원, 군만두 6000원
○ 산동교자관=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214, 오향장육 2만8000원, 군만두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