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를 통해 이웃간 평등과 불평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죠”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로널드 라엘 교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은 미국 건축가인 로널드 라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48). 2009년 ‘건축으로서의 국경’이란 책과 TED강의에서 ‘양국적 시소’라는 개념을 내놓아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SDF 2019’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30일 본보와 인터뷰한 라엘 교수는 시소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벽을 더 많이 세우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민자 문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건축된 장벽의 허무함을 드러내기 위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놀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7월 말 그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에 설치한 분홍색 시소를 타려고 주민들이 몰려든 모습.
라엘 교수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국경 장벽에서 즐거움과 재미, 화합으로 가득 찬 건축적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현실화하는 데 힘써 왔다. 장벽을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그네를 설치하고, 장벽을 네트로 삼는 배구 경기장을 만들었다. 장벽 틈을 사이에 두고 양국 주민들끼리 식사를 함께 나누고 장벽 주변에서 연주회를 열고 영화를 감상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에게 군사적 긴장도가 훨씬 높고 폭도 넓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물었다.
“멕시코 장벽이 원래 하나였는데 두 겹이 된 곳이 있습니다. 두 겹이 되다 보니 담 너머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져 멀리서 수화를 하고, 망원경으로 보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통역하며 의사소통을 한 적이 있습니다. DMZ는 장벽 탓에 역설적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습니다. 남북한이 함께 자연환경 보호와 연구를 협력하면서 장벽의 긴장을 완화한다면 결국엔 허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